미국의 달러 패권, 스테이블코인으로 더 세진다?
미국이 이란 코인을 동결한 사건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 뒤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달러 패권을 더 키우려는 큰 그림이 깔려 있습니다. 미국의 속내부터 한국과 세계가 느끼는 두려움까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미국은 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밀어줄까?
미국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로 퍼지기를 바랍니다. 달러에 연동된 디지털 화폐가 많이 쓰일수록 달러 수요와 미국 국채 수요가 함께 커지기 때문입니다.
중국처럼 달러 의존을 줄이려는 흐름에 대한 맞불이기도 합니다. 미국 재무장관은 스테이블코인을 인터넷 시대의 결제 통로라 부르며 달러 접근성과 국채 수요를 떠받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리한 점은 따로 있습니다. 달러를 전 세계에 보급하는 수고는 민간 회사에 맡기고, 제재와 동결이라는 통제권은 정부가 쥔다는 것입니다.
민간 코인이 미국 국채를 쓸어 담는다?
실제로 발행사들은 어마어마한 미국 국채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대표 발행사 한 곳의 국채 노출만 1,410억 달러로, 한국이라는 국가보다 많은 미국 빚을 들고 있는 세계 17위권 보유자입니다. 준비금의 60%가 넘는 돈이 국채에 들어가 있습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새 법이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을 국채 같은 안전 자산으로 채우도록 강제하기 때문입니다. 코인이 커질수록 국채 수요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이고, 중국이 미국 빚을 7천억 달러대로 줄이는 사이 그 빈자리를 발행사들이 메우고 있습니다.
시장이 2028년 2조 달러까지 커지면 흐름은 더 가팔라집니다. 돈만이 아닙니다. 새 법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최대 발행사의 미국 법인을 이끄는 등 정부와 발행사의 인적 고리도 촘촘합니다.
사람들은 왜 자국 코인보다 달러 코인을 택할까?
미국이 노리는 확산은 이미 현실입니다. 나라가 직접 만든 디지털 화폐는 대체로 외면받았습니다.
한 아프리카 국가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출시 뒤 지갑의 98%가 잠자고 있었고, 사람들은 달러 토큰을 더 선호했습니다.
국가 화폐는 은행 계좌와 신분증, 당국 승인이 있어야 쓰지만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앱만 깔면 되기 때문입니다.
통화가 불안한 곳일수록 쏠림이 심해, 한 남미 국가에서는 개인 간 거래의 거의 90%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집니다. 전체 시장 3,230억 달러 가운데 한 발행사 코인이 약 59%를 차지할 만큼 달러의 독주가 뚜렷합니다.
한국은 이걸 어떻게 볼까?
한국의 고민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원화는 비교적 안정적이라 모두가 달러로 도피할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서 한국은행 총재가 걱정하는 것은 일상 결제가 아니라 한쪽으로 쏠리는 자본 유출입니다.
환율이 오를 것 같은 순간 값싸고 빠른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안에서는 은행이 주도해야 한다는 한국은행과 핀테크도 참여시키자는 금융위가 맞서는 사이, 국내에서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표준으로 굳어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정치 이벤트로 정부와의 조율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세계는 왜 두려워할까?
우려는 한국만의 것이 아닙니다. 유럽은 세 가지를 걱정합니다.
미국 정책에 끌려가는 것, 중앙은행의 통화 조절력이 약해지는 것, 그리고 금융이 무기가 되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국제 송금망에서 퇴출된 일이 이 경계심에 불을 붙였습니다.
개발도상국은 달러화 물결에 휩쓸려 통화정책 주도권을 잃을까 두려워합니다. 다만 모든 곳이 같지는 않습니다. 통화가 믿을 만한 곳에서는 유로 같은 비달러 스테이블코인도 1분기에 10배 넘게 자라며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민간의 얼굴을 했지만 사실상 달러 패권을 키우는 국가 전략 자산에 가깝습니다.
평소엔 자동으로 국채를 사들이며 달러 영향력을 넓히고, 필요할 때는 동결 버튼이 달린 도구로 변합니다. 다만 통제가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발행사가 미국 밖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이고, 규모에 비해 감독이 느슨하다는 불안도 남습니다. 강한 통화를 가진 나라는 방어선을 칠 시간이 있지만 약한 통화부터 차례로 잠식당한다는 점이 이 흐름의 본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늘면 미국이 무엇을 얻나요?
달러 수요와 미국 국채 수요가 함께 늘어납니다. 발행사가 준비금을 국채로 채워야 해서, 코인이 커질수록 미국은 값싸게 빚을 일으킬 큰손 매입자를 얻는 셈입니다.
한국은행은 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신중한가요?
자본 유출과 외환 규제 우회를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오히려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전환을 쉽게 만들어 자본 쏠림을 키울 수 있다고 봅니다.
자국 디지털 화폐(CBDC)는 왜 잘 안 쓰이나요?
은행 계좌와 신분증, 당국 승인이 있어야 쓸 수 있어 문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앱만 있으면 누구나 바로 쓸 수 있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모든 나라에서 자국 코인을 이기나요?
통화가 약한 나라에서는 압도하지만 모든 곳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통화가 안정적이고 규제가 명확한 곳에서는 유로 같은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도 빠르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은 왜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지 않나요?
보급의 수고는 민간에 맡기고 통제권만 쥐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제재가 필요할 때 발행사에 협조를 요청하면 되므로 직접 나설 이유가 적습니다.
미국의 통제는 완벽한가요?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발행사가 미국 밖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이고, 규모에 비해 감독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남아 있어 향후 과제로 꼽힙니다.
